나는 솔로를 보다보면 평생 여자한테 한번도 편지를 안 써봤을 것 같은 총각들이 최종선택 전날 밤 그렇게들 맘에드는 여성에게 편지를 쓴다. 글씨를 잘쓰는지 유무와는 상관 없이 그들의 끌어오르는 마음을 몇장의 편지에 눌러담아 용기를 내어 편지를 전달한다. 가끔 그들의 타오르는 감정 표현들은 보는이에게 상당한 낯부끄러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런거좀 그만 공개해라 PD야..)
사실 우리도 그렇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누군가에게 처음 편지를 쓰는건 사랑하는 이가 생겼을 때일 것이다. 물론 남자들은 훈련소에서 진심어린 편지를 가족에게 쓰지만 그 또한 그 곳에서 끌어오르는 가족애를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을 때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서 주체할 수 없고 표현하고 싶을 때 우리는 편지라는 글을 쓴다. 그리고 그런 편지는 시를 한번도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쓰더라도 메타포가 가득하고 시적인 느낌이 들곤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칠레 이슬라 네그라라는 지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칠레의 대문호 네루다와 그에게 우편을 전달하는 우편배달부 마리오 그리고 마리오가 사랑한 소녀 베아트리스의 이야기다. 마리오는 10대 후반의 건장한 사내로 딱히 할일이 없어 우편배달부를 시작했는데 매일 쏟아지는 네루다 향 우편들을 전담하는 우편부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와 매일 만나다보니 네루다의 책과 시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어부의 아들로 글도 말도 잘 못하는 청년이다. 그러던 중 동네 술집에서 베아트리스를 보게되는데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단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딱 10대 후반의 찐따 남일 뿐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처럼 시적인 표현이든 뭐든 좋으니 그녀에게 말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지만 노인인 네루다가 마리오를 도와주기는 쉽지 않다.
사랑에 빠진 마리오는 미친듯이 네루다의 시를 읽고 메타포들을 외우기부터 시작한다. 수많은 네루다의 사랑의 시를 암기하여 마음을 다잡고 베아트리스에게 다가가 사랑의 언어들을 쏟아낸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대의 눈에서는 나비의 날개가 흐른다?' '그대의 찬란한 머릿결을 찬미하려면 밤을새도 모자라겠군 ' 등 약간 오그라들 수 도있지만 마리오의 끌어오르는 감정과 아름다은 그녀를 보고 떠오르는 시상들을 더하여 네루다의 시구를 쏟아내니 소녀인 베아트리스는 그가 귀엽고 설렌다. 그녀에게 말한마디 못했던 마리오는 사랑에 빠지니 시인이 된 것이다. 베아트리스 또한 사랑에 빠지니 용기가 생긴다. 말 잘듣던 소녀는 극렬히 반대하는 엄마에게 맞서며 절대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싸운다. 결국 사랑에 빠져 시인이된 마리오는 베아트리스를 얻게된다.
가끔 우리는 이렇게 사랑이 찾아올 때 말도 안 되게 시인이 되고, 익숙하던 세상도 새롭게 보이곤 한다. 마리오처럼 편지 한 장 제대로 써본 적 없는 사람도 마음이 폭발할 것 같은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솔직하고 진심 어린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마리오는 사랑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자신의 주장을가지고 말하며 살아간다.
사실 이 책은 두 청년의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칠레의 민주화, 쿠데타, 실제 네루다의 사건등 칠레의 당시 어두웠던 사회를 담고 있고 끝에 가서는 어둡게 끝나게 된다. 하지만 난 마리오가 사랑을 통해 글을쓰고, 말을하고, 정치적으로도 민초들이 시민으로서 변화되어가는 부분도 다면적으로 나타낸 점이 좋았다. 이성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 가족, 공동체, 사회에 대한 사랑까지 전달하는게 좋았다.
그리고 내년에 남미에 노마드로 살러갈때 칠레에 이슬라 네그라를 꼭 가보려 한다. ㅎㅎ
다시 누군가를 위한 시인이 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사랑을 하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할 수 있을까..
(추신. 당신의 애인이 편지를 안 써준다면 써달라고 닦달하지말고 왜 안 써주는지 잘 고민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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