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을 때 일생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고한다. 그 짧은 몇초에 담기에 사람의 인생의 기억은 매우 다양할텐데 어떤 추억들이 지나갈까? 사랑했던 기억, 성취, 성공했던 기억, 가족들과의 추억 등이 떠오르려나? 그래도 삶에 있어 굵직한 추억이나 감정이 크게 동요됐던 순간이 떠오를 것 같긴한데 아직 죽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죽음 전 주마등을 봤던 사람들도 다 죽어버렸으니 알 길이 없다.
아침 그리고 저녁의 1부에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다룬다. 부부와 산파가 아이가 나오는 장면을 묘사하고 건강히 태어난 아이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요한네스로 짓는다. 요한네스의 탄생은 짧게 끝나고 2부에선 할아버지 요한네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 요한네스는 일어나서 일상적인 행동들을 한다.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시고 일상 루틴을 하면서도 어떤 행동을 반복하고, 했던게 맞는지 잊어버리고 하다보니 처음에는 치매 노인의 1인칭 시점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평생 같이 어부를 했던 피터를 만났다가 사라지고 환영을 본건지 착각하고, 피터한테 돌을 던졌는데 피터를 뚫고 지나가고 그러다 같이 다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고 하는 전개가 대체 뭔가 싶었다. 둘은 게를 잡고 시장에 팔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현재 이야기인지 과거의 이야기인지 왔다갔다 한다. 요한네스가 여자에게 편지를 보냈다가 답이 안 왔던 여자가 나타나 민망해 하기도 하고 죽은 아내를 처음 만났을때 피터와 같이 2대2로 산책 제안하던 모습도 갑자기 나온다. (나오는지 회상인지..) 피터의 노쇄한 모습의 세월의 야속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 치매노인의 시점인지, 꿈인지 모를 흐르는 듯한 이야기 진행 속에 퍼즐이 맞춰지는 장면이 끝에 다다라서 나온다. 아빠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 같아 요한네스 집으로 향하는 딸 싱네를 요한네스가 마주치고 말을 걸지만 싱네는 아빠를 스쳐지나간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요한네스는 사실 죽었고 그의 친구가 피터를 데리러 나온 것이었다. 말도 없고 고통이나 감각이 없는 그곳, 하늘과 바다 모든게 다 하나로 합쳐지는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장면의 묘사와 함께 책이 끝난다.
다 읽고 나니 요한네스의 그 하루가 마치 임종 직전 빠르게 스쳐진다는 일생의 주마등이 긴 하루로 지나간 느낌이었다. 하루로 다가오는 일생에는 아내를 처음 만나던 순간의 기억도 분명히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시고, 과거 민망했거나 부끄러웠던 순간의 감정, 오랜 동료와 평생을 함께한 바다로 다시 나가 어부일을 하고 일상의 기억들을 추억하는 너무나 평범한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일상의 기억들, 먼저 떠난 아내와 친구와 함께 편안하게 죽음의 상태로 넘어가게 된다.
실제 죽음이 다가왔을 때 일생의 순간중 꼭 특별한 순간만 떠오르기보다 그런 평범한 보통의 순간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럼 요한네스는 어부여서 바다위에 동료랑 뱃일을 하러 갔으니, 평생 회사 다니다가 임종 직전에도 회사에서 똥사던 기억이 떠오르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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