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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비가 되도 좋다 - 피그말리온

gyumedy 2025. 12. 21. 22:17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혹은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잘 팔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충실하게 하는 친구들이 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취업이 잘되는 과로 전과, 복수전공을 시도하고 취업에 좋다는 자격증을 준비하고, 취업을 위한 스펙을 최선을 다해 쌓으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대게 취업시장에서 나이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휴학도 최소화하며 본인을 불태우고 보통은 빠르게 취업도 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친구들과 각자 직장인이 된 후에 몇년이 지나고 만나도 그 친구들은 사회에서 인정 받기 위해 또다른 뭔가를 열심히 해나가고있다. 더 명성있고 돈많이 주는 회사로의 이직이든 현재 직장에서의 승진 혹은 더욱 인정받기 위한 과다한 술자리 참석 등 사회에서 더 인정 받는 사람이 되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문제는 30살 정도가 지나고 그 친구들을 만났을 때, 인스타에서 보던 성취와 행복의 삶과는 대조되는 어둠이 그들의 얼굴에서 보인다. 항상 화려하고 이쁘기만 했던 한 친구의 낯빛의 심연속에서 음영이 보이던 때 돈많이 주는 국내 최고 건설사 중 하나에 다니는 그 친구의 영혼에 여유가 없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 회사의 도태남 상사들이 그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들과 업무 스트레스, 성희롱을 들어보니 정말 끔찍한게 맞았다)

피그말리온의 주인공 엘라이자는 못배우고 말씨도 천박한 길에서 꽃을 팔던 여자다. 길에서 만난 언어학자 하긴스와 인도 방언 연구자 피커링 대령을 만난 후 그녀의 인생은 달라진다. 두 언어학자는 이 여자에게 교양있고 우아하게 말하는 방식과 예의를 6개월간 가르쳐 대사관의 가든파티에서 우아한 귀족처럼 보일 수 있을지 내기를 한다. 목욜을 해본적도 없던 엘라이자는 6개월간 하긴스 집에서 하숙하며 180도 달라진다. 말하고 듣는것에 있어서는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습득하는 재능이 있던 그녀는 보석과 멋진 드레스를 입고 간 가든파티에서 공주라는 소문까지 날정도로 대성공 한다. 그런데 문제는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교육이 성공했고 내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두 선생들을 보고 슬픔과 공허를 느낀다. 그녀가 6개월간 수업을 받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냈지만 그 변화의 방향과 기준이 타인의 시선이었을 뿐이었던 상황에 이제 뭘할지도 모르겠는 혼란에 빠진다. 차라리 6개월 전엔 꽃이라도 팔 수 있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뭘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그녀는 하긴스와의 관계도 끝날 것 같다는 불안도 느끼는 것 같다. 분명 엘라이자는 누가봐도 멋지고 우아한 사람으로 바꼈다. 본인도 노력을 다했고 과정도 즐거웠던 것으로 보이나 두 선생이 제시했던 기준만 바라보며 달려온 그녀는 거리에서 꽃을 팔면서도 삶을 이어갔던 생존력과 능동성을 아예 잃고 만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어린 학생 떄부터 끊임 없는 새로운 과제가 떨어진다. 내 안의 마음의 소리나 오늘 즐거운 일들을 자꾸 누군가 그만하라고 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압박속에 살아간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과제가 끝이 없다보니 많은 이들은 내 마음속에 뭐가 좋은지 찾을 여유조차 같이 못하는 것이다. 좋은 교육을 받고 워라밸 좋은 직장을 다니는 친구도, 하루하루 숨가쁘게 노동하는 친구도 자기가 뭐를 좋아한지 모른다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취미도 없고 퇴근하고 뭘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아마 그 사람들은 에라이자 처럼 준비한 이벤트가 끝나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일은 없겠으나) 가령 더이상 회사를 안 나가도 최소 생계비가 지급되어 회사를 안 가도 되고 먹고 사는게 지장이 없다고 하면 이제 뭘 해야하지 하며 패닉을 겪을 것이다. 

 

물론 그 이유가 사회에서 요구한거든, 부모의 큰 기대든 간에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다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것이 뭐가 잘못인가.  무기력과 시니컬함에 빠져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낫다. 그치만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순간 방향을 잃고 번아웃에 빠질 수도 있고, 본인이 진짜 하고싶은 욕망을 흐린눈 하며 꾸역꾸역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잠시 여유를 가지고 사랑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피그말리온처럼 신데렐라, 언더독, started from the bottom now we here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사실 카디비도 떠올랐다. 그런데 한가지 달콤 씁쓸한 것은 이 극은 <마이페어 레이디> 라는 영화로도 나왔는데 주연은 오드리햅번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연극 주연을 맡은 배우가 영화 주인공도 하려했으나 오드리햅번으로 교체됐다는 말도 있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길에서 20세기초 영국에서 꽃을 팔던 교양없는 소녀가 180도 바뀌는 귀족 여성이미지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뷰티 인사이트>에서 이진욱 같이 오드리햅번같은 배우가 튀어나오길 바라는 생각을 하긴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능종적으로 살아내길 바란다는 글을 쓰면서 결국엔 오드리햅번짱이라는 결론은 민망하기 그지없지만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치만 카디비같은 외모의 길거리 여자도 언어학자의 교정으로 인해 우아한 말투 하나만으로 외적인 모든 것을 다 극복하고 공주로 보일 수 있는게 더 멋지지 않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세계, 모두가 모두 각자의 꽃으로 피는 세상이 좋다. 그래서 나도 그냥 지금 내 모습은 진창에 핀 잡초같지만 이번 생은 이 존재로 나만의 꽃을 피우며 살아가고 싶다. 물론 다음 생이 있다면 제발 박보검같은 꽃으로 한번만 살아보고 싶긴하다.